도시학교 부럽지 않은 전원형 시골학교의 표본제시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맞춤형 교육, 열정적인 교직원은 안면초등학교의 경쟁력

차정윤 기자 | 기사입력 2011/07/15 [14:56]

도시학교 부럽지 않은 전원형 시골학교의 표본제시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맞춤형 교육, 열정적인 교직원은 안면초등학교의 경쟁력

차정윤 | 입력 : 2011/07/15 [14:56]
농촌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시골 학교의 입지 역시 해가 갈수록 위태롭다. 아이들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고, 이에 따라 예산 역시 큰 폭으로 줄어 문화적, 교육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기회로 이겨내는 학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김해에 위치한 안명초등학교(서점선 교장)은 전교생 68명의 작은 시골 학교로, 전교생에게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과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김해 안명초등학교 서점선 교장

도시에서 먼저 찾아가는 전원속 시골학교

서점선 교장이 처음 안명초등학교에 부임했을 때의 전교생은 45명. 지금은 68명으로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안명초는 김해에서 학력 면에서 가장 하위를 기록하던 학교였다. 이런 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서 교장을 필두로 선생님들이 시간을 쪼개어 정규 수업 외에 특별 수업을 하고, 초과 근무도 마다하지 않으며 아이들의 학력 증진을 도와왔다. 한 학년에 10~15명의 인원이 있어 각 학년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고 부족한 아이는 선생님이 하나하나 직접 지도한다. 그 결과 지난 해 국가수준 성취도 평가에서는 학력 미달이 한 명도 없을 만큼 좋은 성과를 거뒀다.

서 교장이 부임하며 영어, 컴퓨터, 미술, 악기, 태권도, 다례, 풍물과 물로켓, 기계과학, 로봇 등의 과학 프로그램 등 학교에서 무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교육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이는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교육을 받는 게 우선’이라는 서 교장의 교육철학이 그대로 묻어난 것. 이로 인해 안명초등학교에 오고자 기다리는 인원까지 합하면 벌써 100명도 넘었겠지만 교통이 불편해 원하는 아이들을 모두 받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사물놀이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과후 수업이다. 고사리 손으로 꽹과리를 치는 손길이 꽤나 의젓하다. 지난 5월에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생림초등학교와 함께 예술영역 공동영재학급으로 선정되어 열두발채상 명인인 이금조 강사로부터 상모채상을 전수받을 계획이다. 아이들은 곧 있을 부산 전국대회를 위해 마지막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안성초는 병설유치원부터 전통 다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차 마시는 예절을 통해 인성 교육과 생활 지도도 할 수 있어 어릴 때부터 바른 아이로 자라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청소년 단체 활동이 어려웠던 시골 학교의 장점을 극복하고자, 학교 예산을 활용하여 파라미터, 아람단 등 전교생이 청소년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이색적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장애인들과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과 봉사 활동을 마련하여 함께 하는 사회를 몸소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책 잘 읽는 학교, 마을 도서관으로 지정되며 독서 교육 꽃피우다

안명초의 아이들은 아침 일찍 등교해 바로 도서관으로 향한다. 이른바 ‘아침 독서’로 불리우는 이 활동은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아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전교생이 함께 책을 읽기 학습으로, 어릴 때부터 좋은 독서 습관을 도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 교장은 매달 아침 독서상을 시상하고, 전교생이 모두 일 년에 한 번씩 독후감 발표하게 하여 독후감 발표상을 준다. 특히 아이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함께 독서할 수 있도록 사이버독서상, 가족 독서상, 가족 독서 대회 등을 마련해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부모님이 아이들이 읽는 책을 함께 읽음으로써 가족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는 물론 독서의 생활화를 정착시키면서 이미 매스컴을 통해 여러 번 보도될 만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안명초는 오는 7월 8일 마을 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의 지원과 네이버문화재단 독서확충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민과 학부모와 학생이 모두 함께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된 것. 이는 교직원 뿐 아니라 학부모, 학생들의 적극적인 응원참여에 의한 결과로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골학교에서 안명초의 성과는 여러 가지로 눈여겨 볼만 하다.
 
밤잠을 설치는 선생님들의 노력, 안명초 교육의 힘

안명초는 유난히 체험활동이 많다.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김장 체험, 매실 체험, 밀서리 체험을 비롯하여 거제도, 대전, 제주도 전국 각지 많은 곳을 다니며 체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학교 예산으로 진행된다는 것. 사실 안명초의 경우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시골에 위치하고 있어 사교육 자체가 어렵다. 안명초는 모든 교육을 학교에서 책임진다.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제철 채소나 과일을 준비하여 아이들의 간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도교육청에서 방과 후 학습 등 일부 지원금을 지원받고도 예산이 모자라는 것은 당연지사. 서 교장은 직접 숙직을 해가며 자비를 들여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선생님들은 밤잠을 설치며 자발적으로 각종 응모를 통해, 지원금을 얻고 있다. 도서관 개관 역시 이러한 노력 가운데 얻어진 결과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교생이 함께 누림으로써 한명도 소외되지 않고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는 것을 보면 너무나 뿌듯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안명초의 선생님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참 스승이 무엇인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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