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사태, 국가기관끼리 떠넘기기 공방

대책위 구성, 본점 점거, 인터넷 카페까지 개설 등... 억울함 호소

정윤희 기자 | 기사입력 2011/07/07 [16:43]

부산저축은행 사태, 국가기관끼리 떠넘기기 공방

대책위 구성, 본점 점거, 인터넷 카페까지 개설 등... 억울함 호소

정윤희 | 입력 : 2011/07/07 [16:43]

지난 2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부산,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대전, 전주, 보해 저축은행)에서도 영업정지 전날 마감 이후 총 1056억원의 거액 예금이 인출됐다. 창구를 지켜야 할 금융회사 직원들이 고객 돈은 나몰라라 하고, 소수 VIP의 예금만 먼저 챙겨줬다. VIP 아니면 맘 놓고 예금도 못할 세상이 됐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곳이다. 믿을만한 곳이 아니면 그 누구도 자신의 돈을 맡기지 않는다. 그래서 금융회사는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시스템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너무도 간단한 명제를, 지금 이 순간 금융권 종사자 모두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부산저축銀 초량 본점 점거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예금 피해자 200여 명이 은행 강제 매각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5월 9일에 이어 10일까지 이틀째 초량본점을 점거한 채 철야 농성을 벌였다. 예금자들은 예금 피해 보상 방안이 선행되지 않은 정부 당국의 부산저축은행 강제 매각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오는 12일로 예정돼 있는 매각 입찰 공고를 앞두고 부산저축은행의 자산가치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파견 회계사들을 부산에서 철수시킬 것을 요구했다.

예금자들이 초량 본점을 점거하고 나서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부산저축은행 직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일부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비대위 측은 금감원, 예보 측과 협의한 끝에 자산가치 조사작업을 벌였던 회계사들을 일단 본점에서 철수시켰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별도의 사무실로 옮겨 부산저축은행 관련 후속 업무를 진행했다. 비대위 측은 “정책 실패와 관리감독 소홀,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 등으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금융당국이 다시 강제매각을 통해 예금자들의 재산을 임의 처분하려는 것은 예금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예금자 피해가 전액 보상될 때까지 부산저축은행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검찰, 감사원, 금감원 서로 다른 입장 주장

7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 부실 감사 논란에 대해 지난 5월 6일 감사원과 금감원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작년 1월부터 4월까지 부산저축은행을 감사했던 감사원은 지난 5월 4일 “감사 내용을 작년 8월과 올 3월 검찰에 통보했다”는 입장을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 내용이 6일 보도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이날 최근 제일저축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는 검찰이 제일저축은행 임원 구속을 공개했기 때문에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검찰은 바로 반박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가 직접 나서 “감사원이 자료를 넘긴 것은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진 지 한참 뒤인 3월 중순이며, 감사원과 금감원이 비리를 알고도 1년 가까이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은 6일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혐의를 포착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에 공동검사를 권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감사원이 저축은행 관련 비리를 알면서 1년 가까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지 1년2개월 만인 지난 3월 10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사처분을 의결했을 때는 이미 부산저축은행 문제가 불거졌을 시기라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착수에서 의결까지 통상적으로 8개월, 민감한 문제는 1년 정도 걸리는 게 관례"라며 "시장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감사결과는 작년 8월부터 검찰에 다 넘겼다”고 하자, 검찰은 “황당하다”며 반박했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올 3월 15일 부산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기 전에 감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감사결과서’ 딱 1장뿐이었다”면서 “그것도 우리가 달라고 요청해서 압수수색 전날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감사를 해놓고도 1년 가까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책임 회피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공식적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론 “검찰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지난해 1~4월 검사에서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을 적발하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 금감원은 “규정을 어기지 않았고, 감사원과 협의해 적발된 불법 혐의는 모두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예금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검찰이 너무 들쑤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 간에 손발이 맞아야 일을 하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가면 금융당국보고 어떻게 수습하란 말이냐. 매를 때리더라도 일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피해액, 정부 일부 보전방안 검토

여권 일각에서 정부가 부실 저축은행 투자자의 피해액을 일부 보전해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지난 5월 12일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무위 간사인 이성헌 의원은 한 언론사를 통해 “금융당국의 감독소홀도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초래한 원인인만큼 모든 책임을 예금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전체는 아니더라도 피해액의 일부라도 정부가 보전해야 되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으며, 구체적 방안은 추후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은 저축은행에 투자한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보장해주는 내용으로 이달초 부산 지역 의원들이 제출, 포퓰리즘 논란이 일었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6월 국회에 상정해 정부 보전 부분 등에 대해 일단 논의해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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