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중풍노인 돌보며 섬김과 봉사 실천

“치매노인들, 즐겁게 변한 모습을 보면 보람 느껴요”

천혜린 기자 | 기사입력 2011/11/11 [15:03]

치매, 중풍노인 돌보며 섬김과 봉사 실천

“치매노인들, 즐겁게 변한 모습을 보면 보람 느껴요”

천혜린 | 입력 : 2011/11/11 [15:03]
사회의 발전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나라 역시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노인들 중에는 가족들이 돌볼 수 없는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연고자가 없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역시 늘고 있다. 한올생명의집(원장 곽병찬)은 이러한 노인들을 돌보고 섬기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복지법인이다. 생애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들이 보다 의미있게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교회, 장애인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2003년 설립, 한결같은 사랑으로 노인들과 함께 해 한올생명의집이 설립된 것은 지난 2003년. 한올제약 김병태 회장이 사비를 털어 폐교된 학교를 인수, 복지법인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다. 사랑과 봉사, 박애 정신을 바탕으로 가족들이 직접 돌보지 못하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다.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리 인근에 5,746m²의 규모로 자리 잡고 있은 한올생명의집은 지하1층과 지상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인들이 편안히 생활 할 수 있도록 식당, 별관, 사무실, 물리치료실, 집단훈련실, 자원봉사실이 마련되어 있다. 한올생명의집은 고성예수영광교회와 함께하며 노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인생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장인 곽병찬 목사를 비롯, 전문사회복지사 3명, 간호사 2명, 요양보호사 13명이 이 곳에 상주하며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곽 목사는 지난 2003년부터 지금껏 생활을 함께해오다 2009년 2월부터는 원장으로 부임해 예수영광교회 담임목사와 한올생명의집 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복음을 알고 행복하게 천국 가는 것이 가장 큰 소망”

▲ 한올생명의집 곽병찬 원장    
 
지난 2003년 아직 복음 전파가 부족한 지역이란 말에 연고도 없는 고성을 찾았다는 곽 목사. 우여곡절 끝에 흔쾌히 땅을 내 준 사람이 생기고 미국 베다니 교회에서 건축비를 마련해주어 교회를 건축했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 선교를 꿈꾸곤 했다는 곽 목사는 장애인 형제 5명과 함께 교회를 개척하고 공동생활을 시작했지만 농촌에서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어려운 생활과 환경 때문에 더 이상 함께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6개월간 매일 함께 기도하며 앞으로의 길을 고민했지요. 다행히 생활도 조금 나아졌고 애우 형제들의 건강상태가 호전되어 모두들 취업을 위해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명은 지금 시설에서도 함께 일하고 있어요.”

이후에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생각에 사회복지학 공부를 병행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며 장애인 복지시설, 양로원 등에 자원봉사를 다니기도 했다. 어르신들과의 대화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달으며 기쁨과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시설에 있는 노인 대부분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2003년부터 지역 교회에서 목회를 하며 한올생명의집에서 원목을 겸임했다.

“처음에 올때는 장애인분들과 지역민들과 힘있게 선교를 해보자고 왔는데 처음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내가 더욱 섬겨야하겠다’, ‘철저히 낮아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목회를 하면 리더가 되잖아요. 저는 리더입장인 목회가 아닌 현장에서 같이 뛰고 어울리고 섬기고 봉사하는 그런 목회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6개월정도 인력 시장에 나가 막노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낮은 자세로 같이 일을 하며 스스로를 더욱 낮추고 저녁이 되면 돌아와 기도하곤 했지요.”

한올생명의집에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곽 목사는 지역 교회를 사임하고 이 곳에 예수영광교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현재는 직원과 노인분들, 지역민 등 약 6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매주 예배를 올리고 있다.
“주위에 큰 교회들도 있지만, 특수사역으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오셔서 복음을 알고 함께 예배드리며 즐겁게 천국 가는 것이 제 최고의 소망이지요.”
 
변하는 노인들 보며 보람 느껴, 재정적 어려움 안타까워...

 
3년 사이에 이 곳을 거쳐간 노인들은 약 백여명. 80퍼센트 이상이 치매에 시달리는 노인들이다. 이 외에도 중풍, 편마비, 자리에 누워 있는 노인들도 있다. 대부분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할 정도지만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며 예배를 드리면서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처음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예배나 교회와 관련이 없는 분들입니다. 저희는 복음을 강요하진 않습니다. 같이 생활하다보면 스스로가 하나님을 알고 조금씩 변해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곽 목사는 삶의 마지막에 새로운 희망을 찾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부임한 지 한달 쯤 되었을까? 예배시간에 두툼한 헌금 봉투를 내밀며‘ 오늘부터 예수를 믿겠다.’고 하시더군요. 부부가 함께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해서 시설에 들어온 분이었죠. 그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모든 예배에 참석하시며 누구보다 즐겁게 사시고 건강도 좋아지셨어요.”

또한 임종 직전에 예수를 믿겠다며 예배를 드리고 다음날 편안하게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운영상 어려움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곽 목사는“ 지금은 정원이 모두 채워져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 시설 운영에 있어 재정문제는 가장 애로점입니다. 오갈 데 없는 어르신을 모시고 왔는데 이분들은 장기요양법의 적용을 못 받기 때문에 등급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분을 내보내야하는 상황이 참 어렵더군요. 결국 어쩔 수 없이 단기보호시설로 추가허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오해에 시달리기도 한다. 돈을 많이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돈을 받아 운영하는 것은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시설 운영금은 장기 요양보험과 본인부담금,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특별히 어려운 사람들은 후원금으로 그 비용을 충당한다. 특히 설립자인 김병태이사장은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후원자이기도 하다.
 

▲ 한올생명의 집 전경    

장애인, 노인들이 함께하는 종합복지타운 건립하고 싶어
 
곽 목사는 앞으로 장애인과 노인이 함께하는 종합복지타운을 꿈꾸고 있다. 교회와 복지시설을 접목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복지타운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 지금은 정원이 모두 채워진 상태이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어르신들이 꾸준히 이 곳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전도를 하다보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힘들지만 시설에는 오려고 하지 않아요. 물론 국가 지원도 적고, 아예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도 있지요. 그런 분들을 위한 혜택이나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곽목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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