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리더스]전통을 지키며 소박한 마음을 나누는 그림쟁이들의 이야기

민화작가 조남용 화가 주축, 백선회의 창립기념 전시회 성료

차정윤 기자 | 기사입력 2015/11/09 [21:41]

[탑리더스]전통을 지키며 소박한 마음을 나누는 그림쟁이들의 이야기

민화작가 조남용 화가 주축, 백선회의 창립기념 전시회 성료

차정윤 | 입력 : 2015/11/09 [21:41]
[탑리더스 차정윤 기자]12폭의 병풍. 삼베 위에 한폭한폭 그려진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돼지. 우리를 지켜주는 영험한 동물들의 금박을 입힌 무기를 들고 선 모습들이 펼쳐진다. 특유의 투박한 듯 섬세하고 가녀린 듯 힘찬 선과 오묘한 색이 눈이 아닌 마음을 잡아챈다.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재촉해 전시장을 돌아나오니 발끝부터 에너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전신을 가득 휘감는다.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신앙이나 풍속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북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던 그림, 민화다. 딱딱하고 진부한 설명은 필요없다. 그저 그림을 보고 그 속에서 전해지는 기운을 느끼는 것이면 충분하다. 
 
▲ 백선회 조남용 민화작가     © 탑리더스

생과 사 그리고 인생의 매 순간 우리와 함께 했던 그림, 민화

지난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강서문화원 1층 갤러리 서에서 우리 곁에 있어주어 고마운 화가, 조남용 작가가 중심이 되어 구성된 백선회의 창립기념 전시회가 열렸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우리 그림. 옛 우리의 조상들은 태어나 죽는 날까지 매 순간을 민화와 함께 살아왔다. 태어나 100일이 지나면 민화가 그려진 병풍 앞에 않아 기념잔치를 열었고 시집, 장가를 갈 때도 어김없이 병풍 앞에서 새와 꽃들이 수놓아진 비단을 전하며 백년가약을 맺고 생의 마지막에도 병풍 뒤에 모셔졌다.

오롯이 서민들의 삶을 곁에서 지키며 길흉화복을 나누는 그림. 그 그림하나로 모인 백선회 9명의 창립멤버들이 그들만의 정서와 마음으로 그린 민화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사실 백선회라는 이름 아래 모여 창립기념 첫 전시회를 열었지만 이들의 첫 만남은 1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0년 9월 1일부터 강서문화의 집에서 ‘화합과 사랑의 나눔전’이 열렸는데 그 곳에서 시작된 인연이 이듬해인 2001년 12월 21일부터 27일까지 양천구민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 ‘사랑과 믿음의 동행전’으로 이어졌고 그때부터 끈끈한 정으로 묶인 이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     © 탑리더스
그 후 이들은 각자의 형편대로 여기저기서 민화를 그리워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중 백선회가 창립되면서 다시 10여년 만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람회를 열게 됐다. 오랜 시간을 돌아와 그간 쌓인 인생의 감칠맛처럼 더 성숙하고 한층 깊어진 색과 멋이 가득한 전시회로 다시 만난 것이다.

강서미협 김남중 회장은 “민화는 아주 먼 옛날 선조들로부터 내려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대 그리고 후손들에게 보존하고 물려주어야 할 대표적인 문화적 재산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인들의 감각에 맞춰 새롭게 발전시키고 대중들의 새로운 요구를 수용하고 이끌어가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범람하는 현대미술의 틈바구니 속에서 묵묵히 민화를 그리며 지켜가고 그 혼을 많은 제자들에게 혼신의 열정으로 계승하며 우리의 몫을 다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조남용 작가다. 조남용 작가가 오록이 민화라는 하나의 정신아래 마음을 모은 사람들과 함께 백선회를 만들었다. 이들과 한 시대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무한한 영광이다”이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매달 1회 함께 모여 거창한 예술 대신 소탈한 정을 담는다

백선회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조남용 작가이다. 올해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젊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지만 그간 지나온 세월들을 돌아보며 남은 인생에 대해 고민하던 중 여생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허락할 때까지 민화를 그리며 서로 즐거움을 나누는 그런 시간들을 채워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으로 백선회를 만들었다. 사실 그녀의 수많은 제자들과, 여러 곳에 강연을 다니며 그녀의 가르침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백선회에서 함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하지만 그녀는 회원수를 30명을 절대 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 탑리더스
사람들이 늘어나면 자연히 그 안에서 다툼도 있을 수 있고 하나의 집단으로 몸집을 불리고 세를 불리는 순간 그녀의 본래 목적인 행복을 나누는 모임이라는 취지는 손쉽게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남용 작가는 “자신의 삶의 진정만 목적을 잊어버린 채 부와 명예라는 목적을 쫓아 경쟁에 내몰려져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할 틈도 없이 삶의 파도에 떠밀려 다니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평범하더라도 스스로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키며 평화롭고 행복을 느끼며 지내는 삶을 이어나가면 좋겠다”며 “백선회는 앞으로도 오붓하게 남은 인생 고민을 나누고 평화롭게 즐기며 공유하며 전통을 이어갈 작은 사랑방 같은 모임으로 매월 1회 회원들이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들고 이를 모아 2년마다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주부들끼리 문화를 향유하고 즐기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민화라는 도구에 의지해 조상들의 혼을 느끼면서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발현하여 진정한 예술인으로, 또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자유인으로 격조높은 이상을 꿈꾸는 백선회와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듯 전통의 보존과 발전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지금, 세계에서 우리 민화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민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다양한 노력과 저변확대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리더 조남용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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