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뛰어 넘어 멋과 풍류가 머무는 곳

요정의 화려한 명성과 전통의 품위를 잇는다

차정윤 기자 | 기사입력 2015/11/09 [21:15]

역사를 뛰어 넘어 멋과 풍류가 머무는 곳

요정의 화려한 명성과 전통의 품위를 잇는다

차정윤 | 입력 : 2015/11/09 [21:15]

▲     © 시사뉴스메이커
[유레카매거진 차정윤 기자]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할제, 쉬어간들 어떠리. 시, 서, 화, 가무에 능해 조선시대 최고의 기생이라 일컬어지는 황진이의 시조 중 하나다. 황진이는 남성중심의 역사에서 왕실 여성 이외에 비중 있게 나타나는 여성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로 그녀가 남인 시조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또한 책과 영화, 드라마 등으로 여러번 다루어지면서 많은 현대인들이 사랑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많은 기생들이 우리나라 예악의 명맥을 이어 오다 1909년 4월 조선시대로부터 내려왔던 기생의 관기제도가 폐지되면서 기존의 기생들은 생업을 위해 기생조합을 결성해 활동하게 됐다.  

특히 일제강점기였던 당시에 경부선 철도가 건설되면서 대구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이 많았던 탓에 대구는 기생들의 춤과 노래를 즐기며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성업을 이루었다. 기생들은 대구역 근처의 요릿집 등에서 춤과 노래, 가야금을 타며 손님들의 흥을 돋우었는데 1942년 권번제도가 폐지되어 사라졌다. 이 후 요릿집과 권번을 합친 요정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초까지 활발하게 영업을 이어오다 차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좁은 골목길 안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

하지만 이 중 당시의 대구 요정의 명맥을 잇는 곳이 딱 한군데 남아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대구 중구 종로 1가의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가미’가 바로 그 곳이다. 전통 한옥을 개조해 만들어진 건물 내부에는 30년 가까이 가미를 지켜온 윤금식 대표가 직접 수집한 여러 작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마치 유리벽이 없는 박물관에 온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한 손길로 다듬어진 이 공간을 보고자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들 정도다. 

가미의 특별함은 이 곳이 대구에서 마지막 남은 유일한 요정이라는 점도 있지만 애구 요정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윤 대표는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문헌을 조사하고 많은 사람들의 만나 얻은 정보를 종합해 100년의 요정 역사를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대구에서 요정이 한창 성업했을 당시 거리의 모습을 미니어쳐로 만들어 놓은 작품은 화려했던 그 시절을 짐작케 해 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     © 시사뉴스메이커
뿐만 아니라 2층의 전시실로 올라가면 조선시대부터 기생의 역사들을 요약해 모은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전통사설, 판소리, 기악, 춤, 신파극 변사, 예악 등으로 전통의 맥을 이어온 우리 예약의 지킴이이자 종합예술인이었던 그들이 현대에 와서는 그 재주와 공은 온데간데 없이 천대받는 현실이 안타까워 조금이나마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고자 만든 공간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윤 대표는 “옛 것이라고 배척하고 무심하게 대할 것이 아니라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좋은 것은 살리고 나쁜 것은 바로잡아 후대에 까지 우리의 전통을 이어주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요정이라는 명칭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고 진정한 우리의 맛과 멋, 풍류를 잇는 곳이라고 여겨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런 그의 바람은 가미 곳곳에 잘 나타나 있다.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고미술품들을 유리관에 넣지 않고 그 작품들이 있어야 할 곳, 어울리는 곳에 놓아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들게 해 각각의 테마와 개성을 살린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냈다. 손님들을 맞는 방의 문을 열 때마다 마치 각기 다른 영화의 셋트장을 보는 듯 해 방을 고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반백년의 전통 안에 담은 우리의 맛과 멋

가미가 대구에 처음 문을 연 것은 1962년이었다. 아세아극장 뒤 ‘한일관’ 지배인으로 근무하던 서영환이 ‘식도원’이란 이름으로 종로의 가정집을 개조해 요정을 만들었는데 이후 바로 옆에서 요정 ‘일락장’을 운영하고 있던 권옥순이 ‘식도원’을 인수하면서 ‘일락장’과 ‘식도원’을 하나로 통합하여 상호를 ‘동심장’이라 변경해 22년간 운영했다. 이후 현재의 윤금식 대표가 30세의 나이로 ‘동심장’을 승계하여 상호를 가미로 바꾸고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     © 시사뉴스메이커
세월의 흐름 속에 성업하던 요정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간 와중에도 벌써 50년이 넘는 시간을 이어오고 있는 가미의 원동력은 바로 전통을 지키고자 한 윤 대표의 철학에 있다. 요정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그 빈자리를 우리의 전통으로 채워 넣겠다는 그의 신념과 열정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오늘날의 가미를 만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모든 종업원이 개량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는 이곳에는 술은 오직 풍류를 돋우기 위한 보조일 뿐 우리의 맛과 멋을 즐기고 문화와 전통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대구시에서 추진하는 관광활성화 사업 중 하나인 대구근대골목투어를 통해서도 가미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대구 유일의 요정 가미라는 이름과 윤 대표의 손길로 재창조된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된 이들은 입을 모아 칭찬을 쏟아낸다. 특히 외국인들의 경우 한국의 살아있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더 흥미로워해 외국바이어들을 상대하는 이들은 가미 덕분에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한다.
 
▲ 가미 윤금식 대표     © 시사뉴스메이커
시대를 넘어 내외국인, 남녀노소 모두가 우리의 문화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가미의 윤금식 대표는 “앞으로도 어두운 사회의 일면에 불을 밝히면 밝아지듯이 요정에 문화를 입혀 요정이 가진 음적인 부분을 양적인 부분으로 바꾸어 전통으로 계승하고 싶다”며 “요정이 가진 양면을 조화로운 문화공간으로 계승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손에서 새로 태어난 요정문화가 우리의 내일에 선인들의 정신과 전통을 전하는 공간으로 남아주길 기대해 본다.

한편, 가미 윤금식 대표는 오는 12월 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코리아파워리더대상 시상식에서 전통문화진흥 부문 대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입과 눈을 사로잡는 코리안 디저트 카페 - 무아

요즘에는 길거리 어디를 가나 카페가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없다. 커피소비량이 전세계 6위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중에 1위가 커피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프렌차이즈 카페들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한국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새로운 카페의 등장이 조금도 새롭지 않은 요즘 특별한 테마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조금 특별한 카페가 있다. 바로 대구 종로2가에 위치한 코리안 디저트 카페 ‘무아(無我)’다.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인 무아는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인테리어에 한국식 디저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윤금식 대표가 오랜 연구과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한 메뉴들은 디저트부터 한끼 식사까지 다양하다. 

메뉴에서 가장먼저 눈을 사로잡는 건 ‘첫사랑설기단지’다. 여성들의 감성을 다 녹일 듯한 이 메뉴는 뜨겁게 달군 돌솥 맨 아래에 설기를 담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린 뒤 견과류와 캐러멜, 초콜릿을 가미한 소스를 넣어 바글바글 끓여 내는데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의 만남, 옛날 떡과 현대의 아이스크림의 만남 그것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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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끼 식사메뉴로는 퓨전 쌈밥이 눈에 띈다. 촉촉쌈밥과 아삭쌈밥 두 가지 종류 중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되는데 촉촉쌈밥은 상추, 케일, 적근대 등으로 만들어지고 아삭 쌈밥은 캣잎 상추쌈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메뉴는 개발을 위해 시행착오를 가장 많이 겪었던 메뉴이기에 더 각별한 맛을 자랑한다.  

이 외에도 이름부터 맛까지 톡톡 튀는 메뉴들이 즐비한데다 라떼나 스무디에 들어가는 단호박, 미숫가루, 흑임자 등의 재료들 또한 인스턴트가 아닌 수제로 만들어져 맛과 풍미를 더한다. 

근대골목투어 중 만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이곳은 특별한 외향에서부터 발길을 사로잡아 특별한 맛으로 단골이 되어버린 손님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더불어 매일 오후 6시 30분이면 울려퍼지는 가야금과 인디밴드의 공연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윤금식 대표의 전통사랑이 삭막한 도시에 피어난 들꽃처럼 메마른 현대인들의 감성을 적시는 문화공간을 탄생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대구의 명물 카페로 자리잡은 무아에서 입과 눈, 귀 오감이 즐거운 특별한 시간을 통해 지친 일상의 피로를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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