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뺏긴 우리의 관심을 진짜 세계로 되돌리기...

제니 오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번역 출간

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12/10 [11:33]

인터넷에 뺏긴 우리의 관심을 진짜 세계로 되돌리기...

제니 오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번역 출간

운영자 | 입력 : 2021/12/10 [11:33]

관심을 사고파는 관종의 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대표되는 무한대의 소통 시대에 관심과 인정은 생산성으로 연결된다. 더욱이 업무 효율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하는 초생산성의 사회다.

 

▲ 게티이미지뱅크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이 즐비한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인 캘리포아주 오클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제니 오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통해 이 두 가지에 저항한다. 눈길을 끌어야 살아남는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에 맞서기 위해, 결과와 성과만 중시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목적은 인간이 되기 위함이다. 기술에 침잠된 관심의 경로를 우리가 살아가는 공적·물리적 영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자기계발서와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실체가 없는 디지털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에 접속할 것을 촉구하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책이다.

 

제니 오델은 우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SNS 플랫폼과 알고리즘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비판한다.

 

▲ 제니 오델



수익을 추구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연결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정보 공유에 유리한 연결성은 역으로 논쟁의 도화선이 된다. 가령 뉴스 매체와 뉴스 이용자들이 SNS에서 히스테리와 두려움의 파도를 일으키는 상태는 제니 오델이 벗어나고 싶은 디지털 환경 현실 중 하나다. 매체는 뒤처지지 않으려 속보 경쟁을 벌이고 독자들은 이에 관심을 보이며 주체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저버린다. 따라서 광란의 뉴스 사이클을 만든 것은 SNS 기업만이 아니다. 플랫폼을 토양 삼아 개인주의와 퍼스널 브랜드를 숭배해 온 모두가 이 같은 폭풍을 만든 빌런이 된다.

 

특히 관심경제의 부상은 오프라인 현실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무한한 연결의 편리함은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에서 알아챌 수 있는 미묘한 차이를 덮어 버렸고, 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수한 정보와 맥락을 잘라냈다. 삶은 원자화되고 사람들은 생태계를 모든 요소가 있어야 제 기능을 하는 살아있는 정체로 인식하지 못하게 됐다. 자본주의적 생산성 개념이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생산성을 오히려 파괴한다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니 오델의 모토는 기실 플랫폼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저자는 다만 SNS와 영원히 결별하라거나 자본주의사회와의 끈을 끊어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사색하면서 참여하고, 떠나면서도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언제나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하이브리드적 대응을 언급한다. 도피나 망명 대신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외부자의 관점을 갖는 한발짝 떨어지기. 지금의 디지털 환경을 고려할 때 잠시 인터넷을 멀리할 수는 있지만 육체적·정신적으로 영원히 바깥에 머물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근거해 제니오델이 선택한 한 발짝 떨어지기는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돌려 물리적 공간의 역할을 되찾는 것이다. 그는 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새를 관찰하면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연결 고리를 분명하게 자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까이에 있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중독의 문제 제기나 생산성의 압박에 대한 반감, 자연 속에서 사색하며 삶의 여백을 찾으라는 저자의 해법 제시가 크게 새롭거나 묘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예술, 철학, 역사 속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사례를 자유롭게 직조해내는 유려한 글쓰기 덕분에 디지털 세계보다 물리적 시공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약간은 진부한 주장에 새삼 눈길이 간다. 서문에 적은 무언가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어느 시점부터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위장한 정치운동 도서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의도는 어느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책장을 덮고 나면 적어도 힘들게 꽃을 피운 반려식물의 SNS용 사진만 찍던 데서 벗어나 햇볕이 잘 드는 장소로 화분을 옮겨야 겠다는 작은 다짐이라도 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이 책은 2019년 미국 출간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제니 오델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 당시 정치적으로 조작된 가짜뉴스가 쏟아지던 온라인 환경을 벗어나 집 근처 장미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새를 관찰하는 시간이 해독제였음을 고백했다. 우리의 진짜 관심이 닿아야 할 곳은 휴대폰 속 가짜 세계가 아니라 진짜 세계이며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소셜미디어 속 취향 공동체가 아니라 우리 주위의 생명체였다. 쏙아지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허탈감을 느꼈다면 지금이라도 휴대폰 밖으로 시선을 돌려 볼 일이다. 가상이 아닌 진짜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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